피아노 관련 영화

1. 피아노 관련 영화 피아노와 피아니스트

피아노 관련 영화 중 맨 처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제목 자체가 피아노인 1993년 영화 피아노¹로 1993년 칸 영화제²에서 제인 캠피언³이 여성 감독 최초로 황금종려상⁴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많은 피아노 관련 영화 중 예술성과 상업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영화였지만 악기는 단지 치정극을 가장한 여성 영화의 소재로 쓰일 뿐 안타깝게도 음악은 귀에 남지 않고 주인공 홀리 헌터⁵의 충격적인 손가락 절단이나 해변에 놓인 피아노와 당시 아역 배우인 애나 패퀸⁶의 옆돌기 등 아름다운 영상미가 넘치는 장면만 아련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피아노 관련 영화 중 영상미가 인상적인 또 하나의 작품은 영화와는 별개로 여러 사건과 논란으로 유명한 감독 로만 폴란스키⁷가 2002년 발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⁸로 참혹한 전쟁과 아름다운 음악의 대비가 명장면을 만들어 내었으며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⁹ 당시 폴란드¹⁰ 태생의 유대인¹¹ 피아니스트인 주인공이 폐건물에 숨어 지내다가 독일군¹² 장교에게 발각되어 언제 사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많은 사람에게 인상 깊게 기억되는데 자서전에 따르면 당시에 실제로는 쇼팽의 야상곡¹³을 연주했으나 영화에서는 쇼팽의 발라드¹⁴를 연주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주연을 맡은 에이드리언 브로디¹⁵는 다른 피아노 관련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피아노 연주 장면 촬영을 위해 수개월간 매일 7시간씩 피아노 연주 훈련을 하였고 영화에서 피폐한 모습으로 실감 나는 연주를 선보여 이 영화로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¹⁶을, 세자르상¹⁷에서 미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Chopin: Ballade No.1 In G Minor, Op.23
Ballade No. 1 in G Minor, Op. 23 (youtube.com)

2. 피아노 관련 영화 속 나쁜 대결 장면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인물 간의 갈등을 마지막에 대결 형식으로 해결하는 장면이 많이 사용되고 음악 영화 중에서도 그런 방식의 영화로는 이전에 다룬 가면 속의 아리아 같은 작품이 있는데 피아노 관련 영화 중에서도 재즈 곡을 연주하여 대결하는 1998년 이탈리아¹⁸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¹⁹과 클래식 곡을 연주하여 대결하는 2007년 대만²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²¹이 유명합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²²는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유명한 1988년 작품인 시네마 천국²³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일으킨 감독으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같은 감독과 작곡가가 다시 만나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적인 선율을 만들어 냅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는 거대 유람선에서 태어나 평생을 배에서 내리지 않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의 소문을 듣고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젤리 롤 모턴²⁴이 주인공을 찾아와 연주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²⁵로 주인공의 연주가 마치 여러 명이 함께 친 것처럼 건반 위에 손이 여러 개 보이는 과장된 장면 연출 후에 방금 연주로 뜨겁게 달아오른 현²⁶에 담배를 가져다 대 불을 붙이는 만화 같은 장면을 선보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개봉 당시 역대 국내 상영 대만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워 이전까지 국내에서 전혀 인기가 없던 대만 영화의 존재감을 알린 작품으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저우제룬²⁷은 가수, 배우, 감독 등 많은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대만 최고의 연예인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며 저우제룬이 실제 직접 연주를 한 피아노 연주 대결 장면도 상당한 화젯거리가 되었는데 대결에서 연주한 쇼팽의 왈츠 64-2와 연습곡²⁸ 10-5, 세 번째 대결 곡²⁹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위 두 영화의 연주 대결 장면은 다른 피아노 관련 영화의 대결 장면처럼 1977년 제레미 케이건³⁰이 감독한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스콧 조플린³¹의 전기 영화 스콧 조플린에서 펼쳐진 피아노 연주 대결 장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대결 방식이나 평가 기준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말할 수 없는 비밀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일반인 평가는 좋은데 전문가 평가는 안 좋다는 점으로 특히 피아노 음악을 많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연주가 실제로 그렇게까지 대단하지도 않은데 지나치게 과장된 주변 인물의 놀라고 감동하는 반응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는 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을 고음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로 보는 사람이 많아 가수의 평가가 편향되는 경우가 있고 마찬가지로 악기의 연주도 얼마나 빨리 연주하는지를 실력의 기준으로 삼기도 하는데 이런 피아노 관련 영화에서의 단순한 대결 방식에서 보여주기 위한 편리한 연출 때문에 마치 악기 속주가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인 것처럼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그런 면에서는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두 영화는 나쁜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Chopin: Etude Op. 10 No. 5 ‘Black Keys’
Kate Liu – Etude in G flat major Op. 10 No. 5 (first stage) (youtube.com)

3. 다양한 피아노 관련 영화

피아노 관련 영화는 실제 인물의 전기 영화³²나 음악 영화가 아닌 스릴러³³나 코미디³⁴ 등 다양한 장르로도 만들어집니다.

2007년 세자르상에서 음악상³⁵과 여우주연상³⁶, 신인여우상³⁷을 받은 2006년 프랑스 영화 페이지 터너³⁸는 피아노 관련 영화 중에서도 피아니스트가 아닌 피아노 연주자의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³⁹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할을 하는 사람을 소재로 한 독특한 스릴러 영화이고 2013년 스페인⁴⁰ 작품인 그랜드 피아노⁴¹는 가상의 초고난도 피아노 연주곡을 공연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연주하라는 협박을 받는 피아니스트가 겪는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스릴러 영화로 소재와 발상은 좋았지만 단편 영화를 길게 늘인 듯한 늘어지는 느낌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고 연주자 역할의 일라이저 우드⁴²나 전화 너머의 목소리로만 영화 내내 존재를 알리다가 종반에야 등장하는 존 큐색⁴³같은 배우가 의미 없이 소비되어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⁴⁴은 2013년에 개봉한 프랑스의 코미디 뮤지컬 영화로 제목과 설정은 유명하지만 실제로 다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마르셀 프루스트⁴⁵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⁴⁶의 차⁴⁷와 마들렌⁴⁸을 먹으면 기억을 떠올린다는 설정을 빌려와 어린 시절의 심적 외상⁴⁹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는 피아니스트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려내는데 원어 제목과 다른 우리말 제목이 의외로 일본어 제목을 번역한 게 아니고 일본어 제목 僕を探しに보다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원래 예술을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하는데 피아노 관련 영화의 주인공도 조금 특별한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에 나온 심적외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주인공은 가상 인물이지만 조현병 등의 정신적인 병을 앓는 실존 인물인 연주자에 관한 영화는 여러 편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1996년 호주⁵⁰ 영화 샤인⁵¹은 아버지와 피아노 연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은 연주자에 관한 내용으로 영화에서는 미치지 않고서는 연주할 수 없다고 표현된 라흐마니노프⁵²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
REMASTERED: Yunchan Lim 임윤찬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 (youtube.com)

예술성이나 상업성을 다 떠나 모든 피아노 관련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006년 독일⁵³ 영화인 포미니츠⁵⁴의 마지막 연주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천재 피아노 연주자였지만 살인죄로 교도소에 갇혀 있는 주인공의 재능을 본 교도소 피아노 교사는 21세 이하 연주자를 위한 피아노 콩쿠르⁵⁵에 주인공을 참가하게 하는데 교도소 내의 여러 갈등과 사건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나 결국 내부의 조력을 얻어 교도소에서 탈출해 대회장에 가게 됩니다.

그녀를 잡으러 온 경찰을 막은 피아노 교사는 연주할 시간 4분을 요구하고 주인공은 정상적으로 슈만⁵⁶의 피아노 협주곡⁵⁷ 연주를 시작하나 했는데 연주 중 갑자기 현을 손으로 긁은 후 영화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광란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입니다.

영화 포미니츠 마지막 연주 장면
Vier Minuten (2006) Finale Scene (youtube.com)

4. 고마워요, 피아노

악기의 왕⁵⁸이라는 별명이 붙은 피아노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아마도 반론없이 그 자리를 차지할 유일한 악기일 것입니다.

크리스토포리⁵⁹는 베네치아 공화국⁶⁰의 파도바⁶¹ 출신 악기 제작자이며 피아노의 발명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현대에서 사용되는 피아노는 빠른 연타가 가능한 이중 이탈 장치⁶²와 더 넓은 음역을 연주할 수 있게 88 건반을 채용하는 등 더 많은 개량을 한 것으로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의 원형은 현대의 피아노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악기의 정식 명칭이 Un cimbalo di cipresso di piano e forte, 즉 다른 건반 악기⁶³와 달리 셈여림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 셈여림의 조절이 음악적 기술과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 이후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⁶⁴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David Lanz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한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자로 1991년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인 피아노를 만든 크리스토포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Cristofori’s Dream이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해당 곡이 수록된 David Lanz의 1988년 앨범 Cristofori’s Dream은 뉴에이지 앨범 차트⁶⁵인 Billboard Top New Age Albums의 정상에 올랐고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인 Billboard 200에서도 180위에 올랐습니다.

David Lanz – Cristofori’s Dream
Cristofori’s Dream (Remastered)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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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iano ↩︎
2. Festival de Cannes ↩︎
3. Jane Campion ↩︎
4. Palme d’Or ↩︎
5. Holly Hunter ↩︎
6. Anna Helene Paquin ↩︎
7. Rajmund Roman Thierry Polański ↩︎
8. The Pianist ↩︎
9. World War II ↩︎
10. Rzeczpospolita Polska ↩︎
11. יְהוּדִי ↩︎
12. Wehrmacht ↩︎
13. Nocturne in C sharp minor ↩︎
14. Ballade No.1 In G Minor, Op.23 ↩︎
15. Adrien Brody ↩︎
16. Best Actor ↩︎
17. César Award ↩︎
18. Repubblica Italiana ↩︎
19. La leggenda del pianista sull’oceano ↩︎
20. 中華民國 ↩︎
21. 不能說的·秘密 ↩︎
22. Giuseppe Tornatore ↩︎
23. Nuovo Cinema Paradiso ↩︎
24. Jelly Roll Morton ↩︎
25. Climax ↩︎
26. String ↩︎
27. 周杰倫 ↩︎
28. Etude ↩︎
29. 斗琴三 ↩︎
30. Jeremy Kagan ↩︎
31. Scott Joplin ↩︎
32. Biographical film ↩︎
33. Thriller ↩︎
34. Comedy ↩︎
35. Meilleure musique originale ↩︎
36. Meilleure actrice ↩︎
37. Meilleur espoir féminin ↩︎
38. La Tourneuse De Pages ↩︎
39. Page Turner ↩︎
40. Reino de España ↩︎
41. Grand Piano ↩︎
42. Elijah Wood ↩︎
43. John Paul Cusack ↩︎
44. Attila Marcel ↩︎
45. Marcel Proust ↩︎
46.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
47. Tea ↩︎
48. Madeleine ↩︎
49. Psychological trauma ↩︎
50. Commonwealth of Australia ↩︎
51. Shine ↩︎
52. Сергей Васильевич Рахманинов ↩︎
53. Bundesrepublik Deutschland ↩︎
54. Vier Minuten ↩︎
55. Concours ↩︎
56. Robert Alexander Schumann ↩︎
57. Klavierkonzert a-Moll op. 54 ↩︎
58. The King Of All Musical Instruments ↩︎
59. Bartolomeo Cristofori di Francesco ↩︎
60. Repubblica di Venezia ↩︎
61. Padova ↩︎
62. Double Escapement ↩︎
63. Keyboard ↩︎
64.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
65. Ch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