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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영화

클래식 음악과 영화 Chapter. 5

제라르 코르비오 가면 속의 아리아

1.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복면가왕

제라르 코르비오1 감독의 1988년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2는 원어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음악의 달인 내지는 음악 선생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정서상 참 밋밋한 느낌이기에 유럽식 제목으로 소개되지 못하고 또 한 번 이웃 나라에서 사용한 영화 제목인 仮面の中のアリア를 그대로 번역한 가면 속의 아리아가 우리말 제목이 되었습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은 벨기에3 브뤼셀4 출신으로 고전 음악과 관련된 여러 편의 영화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첫 작품이 가면 속의 아리아입니다.

영화 전체에 많은 클래식 음악이 사용되며 특히 베이스 바리톤5인 José van Dam이 부른 말러6의 가곡7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8가 훌륭하다는 평이 많지만 유명 TV 방송인 복면가왕처럼 경쟁하는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대결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에 그때 부른 아리아9가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설정상 우연히도 노래하는 목소리가 같은 두 사람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하얀 가면을 쓰고 체형도 드러나지 않게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하여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에는 둘 다 훌륭한 실력을 보이지만 결국 한 사람이 몇 번의 시도에도 고음을 소화하지 못하고는 그대로 스스로 퇴장해 버리고 남은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장면을 영화에서 보면서 실제로는 테너10 한 사람이 극 중 두 사람의 노래를 다 부른 것을 알았기에 영화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테너 Jérôme Pruett의 못 부르는 척하는 목소리 연기가 훌륭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Bellini: Bianca e Fernando – A Tanto Duol
A Tanto Duol (Bianca e Fernando) (youtube.com)

2. 거세한 가수가 그 세계에서는 최고의 인기남?

제라르 코르비오 파리넬리
제라르 코르비오 파리넬리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은 가면 속의 아리아로 성공을 거둔 후 다시 한번 클래식 음악 중 성악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파리넬리11를 1994년 선보였는데 이번 영화의 성종12은 전작의 주인공 남자 성부인 저음의 베이스 바리톤이 아닌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남자의 고음 성부인 카스트라토13입니다.

카스트라토는 어렸을 때 거세한 남성이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보이 소프라노14와 같은 음을 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알토15와 메조소프라노16의 음을 냈다고 합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실존했던 인물인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목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남성 카운터테너17와 여성 메조소프라노의 음성을 컴퓨터를 사용해 합치는 첨단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파리넬리가 노래를 부르면 음악에 관심이 없던 여성까지도 그 자리에서 기절하거나 황홀경에 빠져 그를 찾아와 몸을 맡기는 마성의 목소리로 그려지는데 마치 현대의 인기 록 밴드18처럼 엄청난 광팬19을 보유하고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영화 속 그 모습을 보며 관객은 안타까워할 뿐이지 부러워하는 남성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 이후 그동안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카운터테너가 등장하여 초현실적인 고음을 선보이며 현대에도 노래 잘하는 남성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는데 현대의 카운터테너는 카스트라토처럼 신체의 일부를 희생하는 물리적인 방법이 아닌 훈련에 의한 고음을 내는 것이기에 그들은 많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 이 영화가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이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20에 나오는 아리아 울게 하소서21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으로 1986년 영화 미션22에 삽입된 엔니오 모리코네23의 기악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24에 가사를 붙여 오페라의 유령25에서 초대 크리스틴26 역을 맡았던 세라 브라이트먼27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28와 함께 TV 연예, 경연 방송에서 참가자들이 지겨울 정도로 가장 많이 부르는 성악곡이 되었습니다.

Handel: Rinaldo, HWV 7a: Lascia ch’io pianga
Rinaldo, HWV 7a: Lascia ch’io pianga (Air de Almirena) (youtube.com)

3. 작품보다 죽음으로 유명한 작곡가

제라르 코르비오 왕의춤 Source-gallica.bnf_.fr-Bibliotheque-nationale-de-France

작곡한 음악 작품보다도 클래식 음악 관련 에피소드를 다루는 글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지휘봉으로 발을 찍어 사망한 것으로 소개되어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인 륄리29는 토스카나 대공국30 출신으로 본명은 조반니 바티스타 룰리31입니다.

스스로 발을 찍은 상처가 감염되며 절단 수술을 해야만 했으나 무용수로서 절단을 거부했기에 괴저가 뇌까지 퍼져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이런 사망 관련 이야기가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며 희화화되어 소비되고 있기에 정작 작곡가로서의 위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데 륄리는 서양 기악 역사에서 현악기의 균형적인 편성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많은 발레곡과 오페라를 남겼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독자적으로 프랑스의 오페라 장르인 서정적 비극32을 만든 창시자로 18세기 중반까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2000년 작품인 왕의 춤33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다르게 성악가가 아닌 작곡가 륄리의 전기34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순수하게 음악가와 예술만을 다룬 영화가 아닌 왕권과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영화에서 어린 루이 14세35는 1653년 2월 23일 초연한 13시간의 발레 공연 Ballet Royal de la Nuit에서 태양의 왕 아폴론36으로 등장하여 춤을 선보이는데 루이 14세에게 춤은 강력한 정치 도구로 발레의 내용은 불과 몇 년 전 프롱드의 난37을 일으켰던 귀족에 대한 국왕의 위엄을 보여주고 섭정38 추기경39 마자랭40에게는 공연에서 완벽한 춤과 연기로 자신의 태양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공연 이후 루이 14세는 태양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일부러 찾아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마니아41가 아니라면 바흐 이전 시대의 음악을 일상에서 접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륄리와 이 시기의 음악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할 것이기에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앞선 두 작품보다 이 영화의 음악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시기의 음악을 다룬 영화로는 1984년 영화 사강의 요새42로 유명한 알랭 코르노43 감독의 1991년 작품인 세상의 모든 아침44이 있는데 륄리와 함께 작곡을 공부한 마레45에 관한 영화로 비올라 다 감바46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대 연주47를 영화 내내 감상할 수 있습니다.

Lully: La Nuit Ballet – Ouverture
Lully: La Nuit Ballet – Ouverture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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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érard Corbiau ↩︎
  2. Le Maître de musique ↩︎
  3. Royaume de Belgique, Koninkrijk België, Königreich Belgien ↩︎
  4. Bruxelles, Brussel ↩︎
  5. Bass-baritone ↩︎
  6. Gustav Mahler ↩︎
  7. Lied ↩︎
  8.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
  9. Aria ↩︎
  10. Tenor ↩︎
  11. Farinelli Il Castrato ↩︎
  12. Voice type ↩︎
  13. Castrato ↩︎
  14. Boy Soprano ↩︎
  15. Alto ↩︎
  16. Mezzo-soprano ↩︎
  17. Countertenor ↩︎
  18. Rock Band ↩︎
  19. Groupie ↩︎
  20. Rinaldo ↩︎
  21. Lascia ch’io pianga ↩︎
  22. The Mission ↩︎
  23. Ennio Morricone ↩︎
  24. Gabriel’s Oboe ↩︎
  25. The Phantom of the Opera ↩︎
  26. Christine ↩︎
  27. Sarah Brightman ↩︎
  28. Nella Fantasia ↩︎
  29. Jean-Baptiste Lully ↩︎
  30. Granducato di Toscana ↩︎
  31. Giovanni Battista Lulli ↩︎
  32. Tragédie Lyrique ↩︎
  33. Le Roi Danse ↩︎
  34. Lully Ou Le Musicien Du Soleil ↩︎
  35. Louis XIV ↩︎
  36. Apollon, Le Roi Soleil ↩︎
  37. La Fronde ↩︎
  38. Regent ↩︎
  39. Cardinal ↩︎
  40. Jules Mazarin ↩︎
  41. Mania ↩︎
  42. Fort Saganne ↩︎
  43. Alain Corneau ↩︎
  44. Tous Les Matins Du Monde ↩︎
  45. Marin Marais ↩︎
  46. Viola da Gamba ↩︎
  47. 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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